다카야스 마사아키, <아키바계 오타쿠 비즈니스의 매커니즘>
















'연타로 오타쿠 관련 서적을 읽는 오타쿠 같은 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도서와 병행해서 읽고 있다는 걸 밝혀둔다. 다만 책이 워낙 가벼운 내용이라 다른 것보다 빨리 읽을 뿐...

 

비즈니스 서적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오타쿠 대상의 '비즈니스' 모델은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먹히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오타쿠의 숫자가 보장된, 일본에서만 가능한 산업모델이라는 얘기. 현재 일본 오타쿠 산업이 대충 이정도라는 느낌만 취하면 될 듯...

 

이러한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꽤나 흥미롭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오타쿠에 대해 꽤나 객관적으로 접근하고있기 때문이다. 앞서 오카다 토시오가 주관성에 매몰되어 오타쿠를 바라보던 것과는 대조적. (하지만 오타쿠의 습성을 꽤나 잘 알고있는 걸로 보아 저자도 오타쿠일 확률이 다분하다) 오타쿠들의 습성, 외모, 경제상황, 구매행태는 물론 심리 상태까지도 정확하게분석하고 있다.(깊이는 그다지 없지만 무척이나 다각적으로 접근)

 

저자는 오타쿠를 '건담계 오타쿠'(건담을 보고 자란 40세 이하의 세대). '준 건담계 오타쿠'(건담계 오타쿠보다 좀 더나이가 많으며 우주전함 야마토나 은하철도999 등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을 어린 시절 감상한 세대)로 구분한다. 이들은 직장이나가정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단지 어린 시절 특정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고 자랐고 어른이 되어 구매력이 생겼을 때 어린 시절동경했던 상품들을 구입하는 계층이다. 그리고 진짜 오타쿠라고 할 수 있는 '현역 오타쿠' 이들이야말로 아키바에서 멍한 눈으로오타굿즈를 구입하는 실질적인 오타쿠들이며 저자의 오타쿠 분석 또한 이 계층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현역 오타쿠들의 공통 코드라고 할 수 있는 '모에'에 관해서도 하나의 장을 떼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 '모에'는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문학동네)을 읽을 때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할 용어. 사실 <동물화하는포스트모던>은 담론 자체는 훌륭하지만 모델로 삼은 대상이 '오타쿠'들이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읽기 어려운책이다. <아키바계 오타쿠 비즈니스의 매커니즘>은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을 읽기 전, 사전 지식을 쌓는용도로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이다.



PS : 워낙 매니악한 서적이라 알라딘에는 등록도 안되어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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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ppi | 2009/03/03 13:49 | Gippi의 깊이 읽기 | 트랙백 | 덧글(1)

오카다 토시오, <오타쿠>

오타쿠
오카다 토시오 지음, 김승현 옮김 / 현실과미래
나의 점수 : ★★★★

오타쿠에 대한 정의와 유래, 세대별 오타쿠 간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이낙스의 창시자 오카다 토시오의 저서라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옛날 1세대 오타쿠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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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점에서 한번 봤을 때는 별 관심이 없던 책이었다. 그때는 오타쿠 문화까지 알고 싶은 생각이 없기도 했고... 최근에야이 책이 ‘오타쿠학 입문’의 번역서라는 걸 알았지만 이미 절판된 상황. 결국 헌책방을 뒤져서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글을 쓴 오카다 토시오는 가이낙스의 창업자다. 90년대 오타쿠들에게 최고로 추앙받았던 에반게리온의 그 가이낙스 말이다. 일반 사람에게는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로 더 친숙하려나. (학창 시절 MBC에서 방영했던 ‘나디아’는 정말 충격과 공포였다. 특히 그랑디스 일당이 섬에서 탈출하던 장면에서 정신없이 이어지던 연출 --b)

이 사람이 동경대에서 ‘오타쿠 문화론’이라는 과목을 강의한 적이 있는데 이 책도 그 무렵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그 자신도 오타쿠 1세대인 오카다 토시오는 오타쿠를 일종의 ‘뉴타입’으로 신격화하여 자아도취에 빠진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오타쿠들이 어떻게 영상을 분석하고 파악하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무리인 것도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카다의 설득력보다 그런 예들을 통해 CG가 성행하기 이전의 특촬물 촬영기법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썬더버드>에서 마치 실제 자동차처럼 덜컹거리는 장면의 비밀.

“이 과장된 서스펜션의 표현은 앞바퀴와 뒷바퀴 차축에 부엌에서 사용하는 스폰지를 끼워 넣어 가능했고, 찌그러지는 타이어는 ‘콘돔’이었다. 그리하여 이 미니어처는 일본 특촬 영화의 미니어처보다 작고, 앙증맞을 수 있었던 것이다.” p.129

‘오타쿠학 입문’에 따르면 오타쿠들의 시각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1. 세련된 시각 : 스스로 관찰자의 시각이 되어 작품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작가의 성장을 지켜보며 즐기는 시각

2. 장인의 시각 : 작품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구조를 알아내는 과학자의 시각. 동시에 기술을 알아내 그것을 배우려고 집착하는 기술자의 시각이기도 함.

3. 통달의 시각 : 작품 안에서 작가의 입장이나 작품의 디테일을 간파하고, 작품을 통해 스탭들의 정열과 갈등의 드라마를 보는 시각

거창하게 수식하고 있지만 어쨌든 한마디로, 오타쿠들이 일반인과는 다른 시각으로 대상(주로 시각 이미지)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오카다는 요리를 예로 들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단순히 음식에 대해 ‘맛있다’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오타쿠들은 요리에 들어간 재료가 무엇이지, 요리사의 성향은 어떤지, 조리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다. 그렇게 분석해낸 결과물들은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결국 오타쿠 문화 전체를 견인한다는 것인데... 뭐, 그럴싸한 얘기지만 이 지점에서 오타쿠 문화의 한계가 드러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지나치게 작품의 제작과정과 디테일한 부분, 혹은 특정 요소에만 집착한다는 것. 물론 움직이는 이미지의 프레임을 분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빛을 보려면 작품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작품의 ‘분석’과 ‘비평’은 다른 것이니까 말이다.

오타쿠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 책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초창기 오타쿠의 역사를 비교적 자세히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오타쿠의 어원과 문화적인 형성 과정, 발전 과정이 꽤 흥미롭다. 책에서 얘기하는 오타쿠의 어원은 다음과 같다.

"자, 그러면 문제의 오타쿠란 단어가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들은 ‘케이오우 대학 부속 유치원 출신의 샌님들’이라는 것이 오타쿠 계열 애니메이션 업계의 정설이다. 그들은 열렬한 SF팬으로, 그 중의 일부가 ‘스튜디오 누에’라는 오타쿠 계열의 애니메이션 기획 회사에 취직하여, 오타쿠계에서 최고의 평판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은 실로 모든 오타쿠들이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그들이 ‘일본 SF 대회’에 몰린 팬들 앞에서 서로를 ‘오타쿠’라고 불렀는데, 이미 이들의 광신도였던 다른 팬들이 이를 흉내내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정보 교환의 필요성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은 오타쿠들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가벼운 경칭이기도 한 ‘오타쿠(お宅)’란 단어가 무척 편리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애니메이션 <마크로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도 서로를 ‘오타쿠’라고 부르게 했다.(마크로스 3화와 4화에서 주인공 히카루가 민메이를 ‘오타쿠’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다) 스튜디오 누에의 오타쿠들과 그들의 작품 <마크로스>를 계기로 이 호칭이 오타쿠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갔다." p.11

"물론 1989년 고베의 유아연쇄살인사건 이후로 이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돌변하여 ‘집에 틀어박혀서 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와전되었다. 이것은 ‘宅’(집 택)의 의미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애초 ‘처음 만난 사람에게 실례가 되지 않기 위한 호칭’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게임을 좋아하는 녀석들’ 또는 ‘집에 틀어박혀 사는 어둡고 사교성 없는 녀석들’이란 오해를 낳았던 것이다." p.12

어쨌든 이 책에 따르면, 오타쿠는 TV 문화에서 시작했으며 작화감독에 따른 원작의 변화를 분석하던 사람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VTR이 등장한 이후 그들은 정지영상까지도 분석할 수 있었고 이후 1980년 소니의 SL-J9이라는 VTR 출시되면서 ‘슬로우 모션’ ‘커트 영상’ ‘3배속 재생’ 등의 다양한 기능이 사용되어 작화분석은 더욱 정교해졌다. 물론 당시 오타쿠들은 테이프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서 전부 녹화하지는 못하고 거의 외우다시피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했다고 한다. 오타쿠 특유의 분석력은 그렇게 일상적인 생활의 문제에서 시작되어다고 볼 수 있다.

오카다는 오타쿠 문화가 서브 컬처와는 다른 것이라고 정의한다.

속칭 메인 컬처는 서양의 그리스와 기독교 문명에서 나온 것이고 그들의 문화는 아이들을 빨리 어른으로 만들어서 노동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문화다. 그런 어른 문화에 대한 반발심리로 등장한 것이 카운터 컬처이자 서브 컬처인데 결국 세계의 모든 서브 컬처는 이러한 서브 컬처를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타쿠 문화는 아이들을 ‘악’으로 간주하지 않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굉장히 독자적 문화다. 그리고 이것은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미래시대에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개인적으로... 오타쿠 문화의 독자적인 힘은 인정하지만 세계화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계는 분석만으로는 밝혀지지 않는 다양한 코드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오타쿠 상품 시장의 수요는 전체 인구의 20% 수준이라고 한다. 이미 오타쿠들만으로도 하나의 산업이 형성되며, 충분히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들의 복잡한 코드와 취향을 이해하고 구입해줄 2천만의 인구. 이것은 오타쿠 문화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문화가 평준화 될 필요는 없겠지만 일반인들의 인정을 받으려면 우선 자신들의 경직된 사고를 깨고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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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ppi | 2009/03/03 13:38 | Gippi의 깊이 읽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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